정부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용인에 이어 한국군의 사드 도입을 곧 공식화 할 것으로 보인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방미를 계기로 이 사드 도입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 보고 이에 관한 입장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김관진 실장이 지난 6월에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용인했고, 미국이 한국군의 사드 도입을 입질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물론 한국군의 사드 도입도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드배치는 효용성이 매우 낮은 반면 중국과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켜 국가안보와 경제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안기게 될 뿐으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북한이 중거리 노동미사일로 남한을 타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제는 잘못된 것이다. 한·미 양국이 사드 도입을 위해 노동미사일을 새로운 위협인 양 과장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궤도를 높여 발사하면 하강 속도가 빨라져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PAC-3를 무력화시킬 수 있으므로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미사일을 궤도를 높여 발사하게 되면 자세제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명중률도 낮아지고 탐지와 요격도 쉬워져 효용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북한이 노동미사일 궤도를 높여 발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설령 궤도를 높여 발사하더라도 하강 속도가 크게 빨라지지 않아 PAC-3로도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이나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KN-02)은 정점 고도가 낮아 사드의 요격 대상이 아니거나, 스커드 B도 고도를 낮추거나 사거리를 줄여 사드 요격을 회피할 수 있다. 스커드 C와 D는 사드로 요격되지만 이들 미사일은 PAC-3로도 요격할 수 있다. 따라서 남한에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요격 대상이 될 만한 북한 탄도미사일이 많지 않아 엄청난 배치 비용(2조~3조원)과 운영유지비(20년간 터키 기준 약 1조2000억원)에 비해 효용성이 매우 낮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도입하려는 주된 목적은 아태 지역의 미군기지를 포함해 미일 본토를 지키려는 것이다. 사드의 레이더 체계(AN/TPY-2)는 중국동․북부 지역이나 북한에서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과 일본과 오키나와 등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미일에 조기경보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은 GBI, SM-3, 사드 등의 요격 체계로, 일본은 SM-3, PAC-3로 이들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한국의 미군기지를 겨냥해 날아오는 중국의 중․단거리 타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사드 체계를 도입할 경우 한국군이 운용할 경우는 물론 주한미군이 운용하더라도 한국은 미국 엠디 체계의 정보와 작전(요격)의 전초기지가 된다.
한편 김관진 실장은 “한국형 미사일방어를 구축하되 미국의 엠디와 ‘상호운용성’은 확보해야한다”고 밝혀왔다. 이와 관련 한국형 미사일방어가 미 MD 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김실장은 “탐지 기능의 연동 문제는 공유하지만 타격(미사일 요격)은 한미가 따로” 하기 때문에 한국 MD가 미 MD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상호운용성 확보로 대북, 대중 탄도미사일 정보는 공유하지만 “요격은 한미가 따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모순된 것으로, 한미 MD간 상호 운용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한국 엠디(MD)의 미국 엠디(MD)가입과 같은 의미다.
한미 양국군은 MD체계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군의 MD 지휘통제체계(C2BMC)인 탄도유도탄작전통제소와 주한미군의 MD 지휘통제체계인 전역미사일방어 작전통제소를 연동하려 하고 있다. 또한 한미일은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한일 MD 지휘통제체계도 연동시켜 한미일 3국의 동북아 MD의 정보 및 작전체계를 구축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이는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지구 차원의 MD 지휘통제체계의 한 축을 이루게 된다. 미국은 자국의 MD 체계의 지휘통제체계를 동맹국이나 동반자 국가들의 지휘통제체계와의 상호운용성을 확보(연동)하여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모든 방면의 탄도미사일방어 구조를 통합시키는, 단절 없는, 지구적 엠디 체계를 구축”(미 국방성, 탄도미사일방어보고서(BMDR), 2010)하고자 한다.
이렇듯 사드 도입은 이것을 주한미군이 운용하든, 한국군이 운용하든 한국 MD가 북중을 겨냥한 미국 MD 체계에 편입되고, 미국 MD 체계와 작전의 전초기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이… MD 네트워크에 유혹돼 넘어간다면…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으며 주봉 북경대 교수는 한국의 미국 엠디 가입은 “인민해방군을 완전히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극한적인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사드 배치를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도 있다.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 MD에 편입된다는 것은 사실상 최대 교역 상대국 중국과 정치군사적으로 적대관계를 감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관계에서 균형외교를 지향함으로써 오로지 국익을 극대화해 나가야 할 현 시점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을 한미일 동맹 체제에 완전히 옭아맴으로써 국가의 운신 폭을 결정적으로 제약하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대중 접근의 길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한미 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
주변 강국들이 자국의 국익을 중심으로 동북아 새판짜기를 도모하고 있는 엄중한 정세 하에서 사드 배치는 한미, 한미일 동맹에 더욱 깊숙이 편재되어 우리에게 헤어날 수 없는 정치, 군사적, 경제적 덫으로 될 뿐이다.
이에 우리는 남·북·중·일·러 등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동맹관계에서 벗어나 공동안보에 토대한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상생과 공존공영의 길을 담보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둔다.
2014. 9. 11
주한미군 THAAD배치 반대 및 배치 용인한 박근혜 정부 규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