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과서의 사유화이자 온 국민의 국정화이다
박한용(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
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애초부터 그 동기가 불순하다. 애초 검인정이냐 국정화냐 하는 교과제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 인식을 어떻게 공교육의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관철할 것인가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교육적 입장과는 무관한 특정 정당이나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문제의 본질이다. 현 집권 여당이 2008년부터 본격 밀어붙인 건국절 제정 추진과 이른바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출간, 그리고 뒤이은 검인정교과서에 대한 공격(특히 금성출판사가 펴낸 한국사교과서에 대한 마녀사냥)과 교과서 집필기준안의 변경, 그리고 2013년 8월 뉴라이트 교과서의 복사판인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본의 승인 과정을 보면 잘 드러난다.
건국절 : 친일파를 건국공로자로 둔갑시키려는 음모
2008년 한나라당 시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건국절을 주장했다. 이미 2003년부터 주장한 바이지만, 모처럼 정권을 잡자말자 곧장 내세운 게 건국절 제정 움직임이다.
건국절의 핵심 주장은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절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1945년 8월 15일은 우리들의 주체적 노력에 의해서 맞은 것이 아니라 미국 등 연합국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면서 그 의미를 깎아내렸다.
대신 1945년 8월 15일 이후부터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들은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부른다)까지가 우리 스스로 나라를 건설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이 삼 년간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1945년 8월 15일까지를 독립운동기로, 1945년 8월 15일 이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3년 동안을 건국운동기로 구분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항일독립운동을 통해 새 정부를 수립한 것이 아니라, 3년간의 좌우 투쟁(즉 반공투쟁)을 통해서 새로 건국된 나라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은 1919년에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나 독립운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졸지에 대한민국은 아비 없는 자식이 되고 만 것이다.
또 일제강점기에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더라도 해방 후 반공투쟁을 하거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참가하면 건국공로자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이명박 정부가 5만원권 화폐가 만들어질 때 대표 인물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 백범 김구선생이 1위를 차지했으나, ‘김구선생은 독립운동에 공로가 크지만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었다.
요컨대 김구는 반국가사범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해괴한 논리는 희한하게도 대한민국과는 더더욱 관계가 없는 신사임당이 최고 화폐의 그 주인공이 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반면 친일파들의 경우 아무리 민족반역을 했더라도 해방 후 반공투쟁을 하거나 대한민국 정부(제1공화국)의 요인이 되면 건국공로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친일파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이들을 건국의 아버지들고 둔갑시키려는 음모가 건국절 제정이다.
이러한 음모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본격 편찬하고 있던 2003년부터 현 여당의 몇 몇 의원들이 ‘대한민국건국공로자에 대한 특별예우법’을 만들어 여러 차례 법안 상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 그리고 한사코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건국’ 또는 ‘대한민국 수립’을 역사용어로 밀어붙이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건국절 자체가 3.1독립운동 정신과 임시정부 법통성을 내세우는 헌법 전문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역사 쿠데타이다.
역사쿠데타의 교범 출현 : 뉴라이트의 이른바 대안교과서의 등장
2008년 3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이명박 정권을 지지하던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대한교과서 한국현대사’를 발간하면서 역사에 대한 쿠데타가 시작되었다.
이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이후 새누리당의 도착된 역사관이나 새누리당이 ‘국민의 교과서’라 부르면서 보급에 힘썼던 교학사판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본의 근본 구조와 내용을 구성하고 있으며, 향후 국정 교과서 또한 이에 근거해서 만들어질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그 교과서의 주장을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안병직, 이영훈 등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된 뉴라이트 필자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은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20세기 ‘모범국가’이자 ‘성공국가’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 놀라운 성공은 박정희 집권기의 고도성장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박정희 집권기의 놀라운 경제 성장은 일제 식민지 시기에 근대화의 인적, 물적 인프라스트럭처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는 수탈과 억압의 시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구 근대 문명이 일본을 통해 학습되고 축적되던 시기(근대화시기)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또 친일파들은 일찍이 조선총독부와 같은 국가 기구에 참여함으로써 근대 국가 운영의 경험을 익힐 수 있었고,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이 이들을 받아들임으로써 대한민국은 효율적인 근대국가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민족반역자라 지칭되던 친일파들이 독립과 건국을 대비해 근대화의 역량을 미리 축적한 민족지사이자 이후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 간 주역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승만은 분단과 독재의 주범이 아니라 분단의 필연성을 예견하고 한반도의 절반이나마 붉은 마수에서 건져내어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을 마련한 국부‘로 다시 모셔야 한다고 떠들었다.
이승만을 6.25 당시 미국 등 16개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물리친 구국의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사흘 만에 수도를 빼앗기고, 한강 철교를 폭파해 서울 시민을 내던지고, 학도의용군들이 낙동강 전선에서 피를 뿌릴 때 정작 자신은 부산에서 계엄령을 발동하고 헌병과 깡패를 동원해 국회를 마비시키고 헌법을 바꾸어 재집권에 골몰한 자를 졸지에 대한민국을 ’붉은 마수에서 구해 낸 은인‘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 뿐 아니다.
박정희가 일으킨 5.16은 형식상은 군사쿠데타이지만 내용은 ’제3세계 근대화혁명‘의 한 유형이며, 안보와 조속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다소간의 강압적인 정치(유신독재)가 불가피했다고 독재를 정당화하면서, 박정희를 독재자 대신 ’근대화 혁명가‘로 부를 것을 적극 제안했다.
그리고 박정희 집권기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힘입어 중산층이 생겨났고, 이 중산층(화이트칼라층)의 정치적 욕구 불만이 1987년 6.10 민주항쟁의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 되어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가 제도화되었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독재자와 재벌이 민주화의 기반이 되었다는 기괴한 논리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동시달성론의 배후 논리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당시 박정희 등 친일과 독재 논란에 빠진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에게 역사의 면죄부를 부여하는 복음으로 여겨졌다.
이들에 논리에 따라 마침내 역사 뒤집기를 본격화했다.
교과서 마녀사냥과 새누리당표 교학사 국사교과서의 검정 통과
조선총독부 교과서를 능가하는 일제의 식민지배 미화와 친일파와 독재자 찬양으로 가득한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는 너무나 황당한 주장에다 내용도 반헌법적이었기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실상 퇴장되었다.
그런데 같은 해 5월 박근혜 의원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역사적 쾌거’라며 축하발언까지 아끼지 않았다.
뒤이어 정부 각 부처는 물론 한나라당과 그 외곽의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와 수구 언론들은 일제히 ‘건국절’ 제정 운동을 벌이면서,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일선 고등학교가 가장 많이 채택한 죄로 금성교과서는 졸지에 좌경교과서로 몰리면서 불벼락을 맞았다.
이뿐 아니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이승만과 박정희의 동상을 세종로에 건립하자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독재자 이승만이나 항일독립군을 ‘토벌’하는 것을 임무로 한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특히 교과부는 2011년 일선 학교에 4·19를 ‘데모’로 폄훼하고 역대 독재정권을 미화한 현대사 영상물 <기적의 역사> 배포했다.
이어 학계의 의견 수렴조차 없이 제멋대로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까지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한편 대안교과서를 쓴 대표 필자인 이영훈은 현행 한국사 교과서를 국사학자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교과서 검정제도와 집필제도를 고쳐 경제학자 등이 집필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리고 이것이 국정교과서 강행 단계에서 실현되고 있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는 금성교과서 등을 제물삼아 2011년 고등학교 국사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안을 새롭게 강요했다.
이때 역사학계와는 전혀 논의가 없이 뉴라이트 학자들이 변신해서 급조한 한국현대사학회(실제 한국사 연구자는 1,2명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서양사,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학자들이 만든 것이다)를 파트너로 삼고 상공회의소나 국방부 등에 현행 검정교과서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받으면서 집필기준안을 새로 만들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꾼 박근혜정권이 들어선 이후인 2013년 8월 30일 새로운 집필 기준안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 검정심의가 이루어졌는데, 이때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판 검정 교과서가 다른 7종 교과서와 함께 통과되었다.
무려 2260군데 이상 틀린, 교과서 한 쪽당 5.6개가 틀린 엉터리 책자가 버젓이 검정 통과된 것이다.
도저히 통과될 수 없는 수준의 책이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라면 단 하나, 현 정권의 입맛과 이익을 대변한 것 때문이 아니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무엇보다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 구조나 서술 내용이 철저하게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를 한층 저열한 수준에서 베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야 박근혜 정부가 왜 이 교과서를 국민의 교과서로 보급하려고 했겠는가!
박근혜정부가 정상이라 내세우는 교학사 교과서는 한마디로 역사의 정신분열증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일제의 강요 덕분에 한국인은 시간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일본인은 결코 한국인의 땅을 빼앗지 않고 따로 시가지를 건설하였다,
5.16은 경찰해고로 치안이 혼란에 빠져서 일어났다는 등 기괴한 서술이 부지기수였다.
또 광주민주항쟁의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붙이고 노무현대통령에 대해서는 위헌과 탄핵과 안보 약화 등만을 거론하는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선진화 시킨 훌륭한 대통령으로 묘사하는 등 명백하게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당의 홍보지였다.
이렇듯 터무니 없는 내용이기에 교학사 검정통과본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봇물일 듯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자 9월초 김무성 현 새누리당 대표는 교학사 검정본 대표 필자(이명희, 권희연)를 불러 역사강좌의 강사로 초빙하면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박근혜정권과 ‘조중동문 수구언론’은 일제히 나머지 7종 교과서 전부를 좌경교과서로 매도하면서 공격을 개시했다.
쓰레기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교육부에 그 책임을 묻는 대신 교학사교과서 지키기와 보급에 앞장선 것이다.
그러나 전국 2300여 고교 가운데 단 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함으로써 교학사 검정본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었다(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이 이사로 있는 학교에서 채택했다!).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춘 불량교과서가 검정제도에서 퇴출되자 뒤이어 나온 것이 바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이다.
친일 세력의 후계들과 집권 여당의 정권 장악을 위한 역사쿠데타가 국정화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교육부 공문(2015년 6월 2일)을 보면, 2014년 2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교고용 도서 발행체제의 개선 방향(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교육부에 지침을 내린 것이 드러났다.
교학사 교과서가 단 한곳밖에 채택되지 못하자 바로 국정화를 추진한 것이다.
여기에 무슨 교육적 검토가 있었는가.
한 마디로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무리하게 마구 써재낀 엉터리 교과서가 검정제도에서 외면당하자 공권력으로 관철하려고 한 것이 국정화이다.
그리고 국정화의 실제 추진자는 누가 뭐래도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실제 여당 내에서도 반대가 있었음에도 박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박정희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이 독재자라고만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한 박근혜대통령의 입장이 행동으로 나아간 것이 국정화이다.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일기를 국정교과서로 둔갑시키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과서의 사유화이고 정당교과서의 국정화이다. 전혀 교육과 관계없다.
현 정권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근거 또는 필요성으로써 크게 세 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 또한 터무니 없는 사기이자 모략이다.
첫 번째로 이들은 현 검정 교과서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문제가 많다는 주장한다.
구체적으로는 현 검정제에는 8종의 한국사 교과서가 있는데(고등학교의 경우) 교과서의 수준(질)이 떨어져 국정제를 통해 질 높은 교과서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명백한 거짓말이다. 검정교과서를 국정 교과서와 비교하면 내용이나 체제, 가독성 등에서 국정에 훨씬 앞서며, 검정에서 통과하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질을 올려왔다.
그런데 현 정부는 2200여 개나 틀린 교학사판 교과서를 검정통과 시키고 이를 비판하자 다른 7종 교과서를 느닷없이 공격했다.
검정제가 문제가 많은 게 아니라 검정제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교과서가 외면당하니 검정제 자체를 파괴시킨 것이다.
검정제도를 무너뜨린 장본인이 바로 현 정부이다.
둘째 현재 8종 교과서 가운데 99.9페센트가 좌편향되어 있어 국정화를 통해 균형있는 역사교과서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현 정부가 좌편향의 근거로 내세우는 대표적인 내용이 ‘6.25의 책임이 남한에도 있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으며’(미래엔교과서), 주체사상을 직접 인용해 무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금성교과서, 천재교과서) 등을 예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국정을 통해 ‘올바른 역사교육’을 학생들에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7종 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는 근거는 완전한 거짓말이자 사기이다.
실제 교과서를 검토한 결과 모든 교과서가 북한의 남침을 본문에 서술하고 나아가 사전에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의 양해까지 얻었음을 자료로서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6.25의 책임이 남에도 있는 것처럼 서술하였다’는 미래엔 교과서의 해당 내용(자료로 제시된 일기)인 자료 읽기에 나온 “(6.25 발발의) 동기로 친다면 남이나 북이나 다름없지만‘이라는 내용도 정부 해석은 엉터리이자 기만이다.
이 일기는 김성칠이라는 역사학자가 6.25 때 피난을 가지 못하고 서울에 있으면서 쓴 것인데, 인용된 전체 내용을 보면 ’전쟁 전 남측(이승만)은 북진통일을, 북(김일성)은 적화통일을 외치면 무력통일을 주장했고(이건 당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내용이다), 북한이 남침을 기획하고 선전하고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은 천하가 다 아는 명명백백한 사실이니 말할 필요가 없고, 일주일 만에 평양을 석권할 수 있다고 한 우리나라가 3일 만에 수도마저 빼앗긴 것을 개탄‘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어디 6.25 남침의 책임을 남한에 묻는 게 있는가.
더구나 이 자료마저도 교육부가 검정 통과 이후 문제를 제기해 현재 교과서에는 아예 다른 자료로 대체되어서 가르치지도 않고 있다.
또 금성교과서나 미래엔 교과서가 북한의 주체 사상을 직접 인용해 문제가 된다고 얘기하는데, 이 교과서들은 “북한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주체사상은 사람 중심의 사상...”이라고 직접 인용하고 있지만, 그 다음 단락에서 주체사상은 김일성유일사상으로 변질되어 반대파를 제거하고 북한 주민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라고 적고 있다.
왜 이런 내용이 용공 좌경으로 몰려야 하고, 새누리당이 전국의 당사에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무시무시한 협박플래카드를 걸 내용인지 되묻고 싶다.
더구나 2015년 교육부의 학습요목에 주체사상, 세습체제 등을 집필항목으로 지정하고 있어서 이를 제시하고 비판한 것이니, 이 내용이 문제라면 교육부가 주체사상 보급의 주모자로 보아야 한다.
셋째 박근혜 정권은 한국사 교과서를 역사학자들에게만 맡길 수 없기 때문에 새 국정교과서는 역사학자 외에도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인근 학문 전공자들이 참여해 교과서를 집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하게는 ‘한국 역사학자들이 90퍼센트 이상 좌편향되었다’, “전체적으로 현재 교과서는 반 대한민국, 친북한적이다. 지금의 좌편향 역사교육은 학생들 뇌에다 독극물을 심어주는 것”(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또는 한국사 교수들은 ‘대학 시절 데모를 많이하다보니 공부를 하지 않아 실력이 없다’(황우여장관) 등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의 막말을 퍼붓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총괄하면 현재 한국의 역사학자(특히 한국사 연구자)들은 90페센트 이상이 좌경이며, 그들에 의해 교학사판을 제외한 7종의 교과서의 중학교 검정교과서 모두가 좌경화되어서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깎아내리며, 북한을 찬양하는 독극물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어디 제 정신으로 할 수 있는 것인가.
역사학계가 진보 중도 보수를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이 국정화를 반대하니까 아예 역사학계 전체를 좌경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한마디로 좌경몰이라는 공포의 공안정치로 역사학계 전체를 매장시키면서까지 국정화를 주도한다.
여기서 우리는 국정교과서는 교과서의 공안화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파괴와 교육의 정치도구화
그런데 국정교과서 제도를 도입해 시행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유신독재 시기 박정희 대통령은 투철한 국가관과 국적있는 교육을 관철한다는 명목으로 한국사를 비롯해 교과서의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은 유신독재를 찬양 미화하는 내용을 배우고 생각마저 정권에 입맛에 맞게 통제당했고, 학교교육은 붕괴되었다.
유신 독재 시절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일하게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의 경우 이미 작년 초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그 의도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일제 식민정치시대와 한국 군사독재 부분에 대해 우려…한국 교육부로 하여금 당시 일본에 협조했던 사람들이 강요에 따랐다고 기술한 교과서를 승인하도록 압박했다(오늘날 대다수의 전문직과 고위 공무원들은 일본 식민정부와 협조했던 집안출신이다)....아베총리와 박 대통령은 2차대전과 친일 이슈에 민감할만한 집안 내력이 있다…..박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는 식민시절 일본제국군대의 장교였으며 1962-1979년까지 한국의 군사독재자였다. 두 나라는 교과서를 수정해 역사적 교훈을 부정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보도가 나오자 박근혜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뉴욕 타임즈는 한국정부가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 박근혜 대통령의 보수 정부가 과거 독재시절로 교육을 되돌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보도해 사실상 국정교과서는 독재시절로의 회귀로 보고 있다.
네델란드의 괴스트르 교수는 현재의 국정화 강행에 대해, “자기 스스로의 역사조차 제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한국정부가, 앞으로 동아시아에서 반성과 화해를 논할 때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겠냐”고 개탄하면서, “이번 국정화는 일본역사교과서의 과거사 왜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비판을 매우 공허하게 만들 것”이며, “지금 목격하는 상황은...역사교육을 아무 의심없이 권력에 무조건 복종하는 젊은이들을 찍어내는 것”으로 보는 쪽과 “독립운동이 정신을 계승해 책임있고 주체적인 비판적 시민으로 가르치는 것”으로 보는 쪽의 대결이라는, “역사전쟁이 수면에 떠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국정화는 권력에 복종적인 학생 양성수단이라는 지극히 정치적이고 퇴행적인 조치로 국정화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정화는 역사쿠데타이자 전 국민의 국정화로 나아갈 것이다.
향후 국정교과서를 기초로 수능시험을 통해 자신들이 주입하고자 하는 내용을 관철할 것이다.
EBS 장악을 통해 국정교과서의 참고서나 문제집을 통해 교과서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자신들의 주장을 반영할 것이다.
아울러 각종 공무원시험, 대기업의 입사 시험,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을 통해 학생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국정화로 나아갈 것이다.
이를 기초로 젊은 세대들에게까지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자로 만들어 정권을 영속화하려는 추악한 정치놀음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공교육의 현장에서 국정화는 사상과 사고의 획일화를 강요하고 무엇보다 특정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치도구로 악용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과서의 국정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에 입맛에 따라 고쳐질 수밖에 없기에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근본을 파괴해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국정화 제도가 이미 문제인데다가, 편협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여론마저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들에게서 어떻게 공정한 내용의 국정교과서를 보장받겠는가?
현 정권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역사적 정통성을 결여한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국정교과서를 통해 젊은 세대 곧 미래 세대의 유권자를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으로 확보하기 위한 음모가 배후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