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계 군사비 총액이 1조6천3백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4월11일(스웨덴 현지시간) 발표한 ‘2010년 세계 군사비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세계 군사비는 전년도보다 실질가격으로 1.3% 증가했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소폭의 증가세로, 2008년 이후 전세계로 확산된 경제위기 및 각국 정부의 재정위기가 군사비 증액을 억제시킨 핵심적인 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세계 군사비의 40-50%를 차지하는 미국은 여전히 세계 군사비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대비 2010년 세계 군사비의 총 증가분은 206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미국이 196억 달러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0년 미국 군사비가 세계 군사비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2.8%에 달했다. 또한 미국의 군사비는 2001-2010년간 81%나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세계 군사비 총액이 32.5%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미국의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1%(2001년)에서 4.8%(2010년)로 폭등해, 막대한 군사비 부담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지역적 편차도 크게 나타났다. 가장 많이 군사비가 늘어진 지역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로, 각국 5.8%와 5.2%가 늘어났다. 남아메리카의 군사비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이 지역의 2010년 경제성장율이 6%에 달했고, 군사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브라질의 군사비가 9.3%로 늘어난 것이 핵심적인 요인으로 분석됐다. 또한 아프리카의 군사비 증액은 앙골라, 알제리, 모로코, 나이지리아가 주도했는데, 이들 나라의 군사비 증액은 원유와 가스 수출 증가에 따른 경제성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중동은 2.5%,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는 1.4%가 늘었고, 경제위기의 타격을 가장 심각하게 받고 있는 유럽은 2.8%가 떨어졌다.
6자회담 참가국, 전세계 군사비의 57% 차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군사안보 문제에 있어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6자회담 참가국들(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군사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IPRI 자료에 따르면, 미국(6980억 달러), 중국(1190억 달러), 러시아(587억 달러), 일본(545억 달러)로 각각, 세계 1위, 2위, 5위, 6위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한국(243억 달러)과 SPPRI 통계에선 잡히지 않은 북한(30억 달러, 미국 중앙정보국의 추정치)을 합할 경우 6자회담 참가국의 군사비 총액은 9302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10년 전세계 군사비의 약 57% 수준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0년을 기준으로 삼은 통계로써, 2011년 들어서 동북아 군비경쟁은 더욱 격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 미-중간의 군사 갈등, 중일 및 러일간의 영토 분쟁 등 동북아 각국들이 군사 갈등을 벌인 2010년이 지나면서 주춤하던 동북아 군비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2010년 국방비 증가율이 3.6%였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는 대북 강경 기조에도 불구하고 경제논리를 앞세워 국방비 증액을 자제했었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을 거치면서 국방비 증액은 다시 반등해 2011년에는 전년도보다 6.2% 늘어난 31조4천억원으로 책정했다.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군사비 증액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예산의 30% 가량을 군사비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한미동맹에 대한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핵무장을 통해 만회하려 한다.
중국의 국방비가 1년 만에 다시 두 자릿수를 회복한 것 역시 주목된다. 1990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 국방비를 늘렸던 중국은 2010년에는 7.5%를 증액해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시 12.7% 증가한 6010억위안(915억달러, 102조6천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최근에는 스텔스 전투기의 시험비행에 이어 항공모함 건조까지 공개하면서 주변국의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은 극심한 경제위기와 재정위기로 군사비 인상에는 여의치 않지만, 군사안보전략의 중심 지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기면서 이 지역에서의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 이유로 군사비 증액에는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국방 정책의 핵심 대상을 러시아에서 중국 및 북한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러시아 역시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회복을 노리면서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IPRI '2010년 세계 군사비 통계' 보고서를 첨부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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