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관세화를 통한 전면개방은 우리나라의 쌀은 물론이고 농업전반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민족의 생명줄이라고 하는 쌀의 자급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이것은 농업과 식량정책의 일대 사변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식량자급률 23%로 쌀을 제외하면 4%에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1. 우리 쌀의 현황은 어떠한가.
① 쌀이 남는 것이 아니라 모자란다.
국민들의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대북지원이 중단되었고, 수입쌀이 해마다 쌀이 늘어나니까 쌀이 남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들의 일반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왜 쌀 자급률은 3년 연속 80%대로 떨어졌을까.
2011년 쌀 자급률 83%, 2012년 쌀 자급률 86%, 2013년 쌀 자급률 89%로 추락하였다. 쌀 자급률이 3년 연속 80%대로 떨어진 것은 1975년 통일벼로 100% 쌀 자급을 이룬 후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수입쌀을 다 더해도 쌀 자급률이 100%가 안 된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먹은 것인가.
② 쌀이 모자라는데 쌀값은 떨어진다.
쌀이 부족하면 쌀값이 폭등하고 국민들이 아우성이 터져 나올 식량대란인데 여전히 쌀값은 오르지 않았고 국민들은 쌀 부족을 피부로 체감하지 못했다.
③ 수입쌀이 혼합미로 대량 유통되었다.
밥쌀용 수입쌀이 2010년 2만 톤을 팔기가 어려웠는데 2012년에는 14만 톤을 훌쩍 넘겨 판매 되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그동안 정부는 수입쌀의 판매부진으로 인해 그동안 수입쌀 창고 보관료로 인한 손실과 수입쌀 할인 판매를 통한 손실을 보아왔고, 그것을 해소하기위해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을 사용했다. 그런데 어떻게 수입쌀이 14만 톤까지 팔리게 되었을까. 아래 사진이 그 해답이다. 이천 쌀로 보이는 이 쌀은 칼로스 95%에 국산 찹쌀이 5% 사용된 혼합미 이다. 국산포장지를 사용하고 있고 이렇게 팔아도 불법이 아니고 합법이다.
④ 미국산 수입쌀의 위험성
-비소 검출 수입쌀에 대한 국내 허용기준이 없다
농촌진흥청의 시험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산 쌀은 비소가 0.02mg/kg 검출됐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산쌀은 국내산의 8배인 평균 0.17mg/kg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쌀이 주식인 나라고 쌀의 안전성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결국 미국 쌀의 농약검출이 문제지만 비소에 대해서는 국내 기준치가 없다.
지난 7월18일 코덱스(국제 식품규격위원회)는 쌀의 비소허용기준을 0.2mg/kg으로 발표하였다.
- 미국쌀 비소문제 심각하다
지난 2012년 미국의 소비자 단체인 <컨슈머 리포터>는 미국 쌀이 포함된 200가지 제품을 분석한 결과 매우 심각한 정도의 비소를 검출했다. 컨슈머 리포터는 비소노출에 대해 미국인들이 안전을 지키려면 일주일에 2번 이상 쌀을 먹지 말고 5세 이하 아이들은 쌀 이유식을 먹지 말 것을 권했다.
비소는 예날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던 사약이다. 환경오염 물질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되고, 방광, 피부, 신장, 폐에 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무기비소는 인간과 동물의 수정 능력을 저하시키고 고혈압, 당뇨, 기형아의 원인이며 어린이의 지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쌀이 주식인 나라는 어쩌라는 것인가
코덱스 기준0.2mg/kg은 일주일에 한두 번 쌀을 먹는 서구인들의 기준은 될 수 있을지언정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정부는 코덱스의 기준이 만들어지는 동안 무엇을 했는가.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코덱스의 기준을 그대로 우리의 기준으로 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15일경 전문가 협의회를 거쳐 9월중에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 고시 행정예고 한다고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서둘러 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쌀이 주식인 우리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는 기준이 되어야 하기에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이루어져야한다.
2. 당면시기 관세화 개방의 문제점과 과제
(1) 쌀 자급기반의 붕괴를 촉진한다.
① 쌀 부족을 재촉하는 농지감소
2011년 정부는 쌀자급률 목표치를 90%에서 98%로 상향 조정했는데 정작 현실은 3년 연속 80%대로 추락했다. 최근 정부는 쌀의 경지면적이 올 초 농경연 예상 83만1천ha에서 1만 1천ha가 더 감소하는 82만ha로 발표했다.
정부는 2011년 설정한 98% 쌀자급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 농지 확보에 이미 실패했는데 오히려 며칠 전 농지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사라지는 농지를 새로이 마련할 간척사업은 없는 조건에서 한 번 사라지 농지는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② 쌀의 전면개방은 작목전환의 신호탄으로 된다.
올해 쌀의 전면개방이 결정된다면 농가들은 정부가 쌀을 포기했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것은 급격한 작목전환을 유발하게 된다. 농민들은 논에 쌀 대신 콩을 심고, 논에 과일 나무를 심고, 논에 하우스파이프를 박고, 축사가 세우고 있다.
(2) 관세화는 관세 감축협상의 시작을 의미한다.
① 고율 관세를 정하기도 어렵지만 관세화 하는 순간 관세감축 협상이 시작된다.
관세는 무슨 공식이 있어 저절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이 우리와 관세협상을 진행하는 이유는 자국의 쌀을 판매하기 위해서이지 판매를 포기하기 위해서가 분명히 아니다. 그러므로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국제 협상이다.
특히 미국은 올해 TPP의 선결조건으로 쌀의 관세화와 관세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한미 FTA협상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미국에게 쌀의 관세화후에 관세율 협상을 벌이자는 약속을 한 것을 2011년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외교문서를 공개하며 폭로한바 있다.
② 정부가 쌀을 예외로 한다지만 그것은 우리 생각이다.
쌀 개방 관련 실무 부처인 농식품부의 김덕호 국제협력국장은 “지금까지 어느 FTA에서건 쌀을 포함시킨 적은 없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게 TPP에 가입하더라도 쌀은 제외한다는 것”이라고 언론에서 강조했다.
그것은 우리 생각이다. 상대국들은 쌀을 협상의 의제로 삼아서 다른 것을 얻어내려고 할 것이다. 쌀이 우리의 약점이라고 판단하면 더욱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것이 국제 관계이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는 국제관계이고 국제협상의 실상이다. 선진국일수록 더욱 치열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
③ 쌀의 관세 감축이 없다는 약속은 대통령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도 대통령직을 걸고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쌀을 지키지 못했다. 쌀을 팔아야 하는 곡물메이저들의 비호 아래 쌀 수출국들은 집요하게 WTO 규율을 들이대며 개방을 요구해 결국 의무수입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협정을 체결하고 말았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통상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고 쌀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을 모두 잃을 수 없다고 협박하는 국내 대기업과 언론의 합작품이었다.
3. 쌀 개방 협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1) 식량주권은 WTO에 우선하는 권리이다
WTO 농업에 관한 협정문 서문에 따르면 ‘ 식량안보 및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포함하여 비역역적 관심사항을 유의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하고 차등적인 대우가 협상의 불가분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합의에 유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 고 되어 있다.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기본권이기에 어느 다른 이유로 침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어떤 무역도 경제도 생존과 생명의 가치보다 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2) WTO 협정의 형평성을 요구해야한다.
① 추가 개방 없는 협상유지는 형평성의 문제이다.
UR 협정에 의해서 선진국은 6년, 개도국은 10년에 걸쳐 보조금 감축, 관세감축의 WTO 의무를 이행하였다. 그리고 그 기간을 통해 새로운 라운드를 만들고 새로운 규정을 내오기로 했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그에 따라 새로운 규정이 정해지기를 기다리며 세계 각국은 현상유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UR협정문 부속서에 의한 추가 개방을 인정함에 따라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행하지 않는 추가 개방을 10년간 진행하였다.
UR협상 당시 우리가 쌀의 관세화 유예를 받은 것은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건이고 특징인 것이다. WTO가 자유무역을 추구하지만 나라마다 다르게 협정의 내용이 적용되었다. 관세가 없어도 수출보조금이 남은 나라가 있고 수출보조금이 없이 관세유예가 남아 있는 나라가 서로 공존하는 것이다. 관세화 유예는 우리의 특혜가 아니라 우리의 조건인 것이다. UR협상에서 생긴 의무는 DDA가 체결될 때까지이다. 모두가 DDA를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추가 개방의 의무를 가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② 인도는 WTO를 위반하며 자국의 식량을 지켰다. 우리도 가능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지난해 인도는 식량보장법을 제정하였다. 전 국민의 68%에 대해 식량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적정가격에 수매를 실시하게 됨에 따라 WTO의 감축대상 보조를 위반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난 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WTO 각료들이 모인 가운데 인도는 자국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량보장법이 불가피하다고 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WTO 각료회의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며 버텼다. 그리고는 미국과 중국은 인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가 보조금 감축을 약속했는데 인도는 이를 어겼다. 식량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각 나라들은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3) WTO는 성경이 아니다.
통상의 핵심은 자국중심의 주체성이다. WTO 조문은 완전한 것도 아니고 언제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나라마다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한다. 미국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계 곳곳에서 무역 분쟁을 일으키고, 무리한 요구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우리는 그 반대로 통상 사대주의가 문제다. 통상 사대주의자들은 같은 조문도 자국에 불리하게 해석한다. 우리의 주장을 해보기도 전에 우리에게 불리한 해석으로 스스로를 묶어왔다. 지난 2005년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조례를 WTO위반이라며 대법원에 제소하는 일이 있었다. WTO에서 보면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세계 각국이 모두 하는 자국산 학교급식인데 우리가 지레 겁을 먹고 WTO위반이라고 스스로 제제를 가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WTO는 2011년 말에 공공급식에 공공조달은 예외로 한다고 합의하였다. 이미 다른 나라들은 WTO를 무시하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WTO는 성경이 아니다. 법을 만드는 세계인들의 대표가 모여서 국회 같은 입법기구를 만들고 민주적으로 의사를 수렴하는 곳이 아니다. WTO는 각 나라가 자국의 통상이익을 위해 협상하는 것을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 쌀의 관세화 유예를 하고 말고의 문제도 협상의 문제이지 조문을 따라서 자동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참고자료] 민중의 소리 http://www.vop.co.kr/A00000790878.html
